인터넷에서 셔츠를 하나 구입했다. 내게 맞는 사이즈였고 가격도 저렴했다. 그런데 실밥이 이곳저곳 달려 있었다. 마음까지 저렴해지는 것 같아 속상했다. 좋은 상품이라고 평가된 제품을 구입했을 때는 경험하지 않은 일이다. 지명도 있는 브랜드의 옷을 살펴보면 단추 하나도 튼튼하게 달린 것을 보게 되고 ‘이래서 명품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겉모양은 비슷하다. 그러나 제품의 마지막 순간에 끝처리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따라서 제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남자들의 인생도 마지막 순간이 중요하다. 한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입사해서는 최선을 다해 일한다. 직장 내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정작 직장을 떠날 때 안 좋은 관계와 광경을 연출하면서 떠나는 모습들을 가끔 보고 듣게 된다. 열정적이었던 한 남자의 인생이 가장 초라해지는 순간이다. 일에 대한 능력은 부족할 수 있지만 인격이 부족하다는 평가까지 받는다면 그것만큼 가슴 아픈 일이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마무리는 좋은 시작을 위해 참으로 중요하다.
남자들의 인생에 있어 시작은 잘하지만 끝까지 마무리 못하는 경우들이 빈번하다. 인생은 미완성이라고 하지만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갖게 되는 것은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은 과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그토록 원했지만 마무리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이 있을 수도 있다. 악기를 배우다 포기한 일, 사 놓고 읽지 않은 책들, 누군가와 화해하지 못한 일들, 무엇인가를 시도하려고 자료만 잔뜩 준비해 놓고 말았던 일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마무리 못했던 일들을 찾아 한 가지씩 마무리해 보자. 요즘 나는 읽다가 말았던 책의 나머지를 읽고 있다. 마치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찜찜했는데 마음이 개운해지고 행복감이 찾아온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면서 아쉬워할 나의 모습 하나를 뿌듯한 모습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마무리하지 못할 일은 애초에 시도하지 않으려고 한다. 마흔 이후 남자의 인생에는 작고 튼튼한 매듭들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마무리가 인생의 미덕이 될 수 있는 시기다. 작고 사소한 일들의 마무리는 우리를 아쉬울 것이 없는 인생의 후반전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다.